나라는 존재, 이유 없이 있어도 괜찮은 걸까
“내가 뭘 해서 이만큼이라도 사랑받고 있는 걸까?”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란 사람은 가치가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날들이 있다. 그저 하루를 조용히 보내고 싶은데도 마음은 계속해서 불안하고 초조하다. 무언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내가 존재해도 되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따라다닌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잠시 멈춰 있으면 나태하다고 느껴지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결국 스스로를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어쩌다 존재만으로 괜찮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이 글은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특별한 인정을 받지 않아도, 그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조금씩 믿어가기 위한 이야기이다.
존재의 가치를 의심하게 되는 이유들
1. 조건부 사랑에 익숙해진 성장 배경
어릴 적 우리는 대개 칭찬과 사랑을 어떤 '성과'와 맞바꾸는 경험을 한다. 성적이 좋을 때 칭찬을 받고, 말을 잘 들었을 때 사랑을 받으며, 점점 “무언가를 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내면화하게 된다. 그 믿음은 자라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직장에서 성과를 내야만 인정받는 구조, SNS에서 끊임없이 보여줘야만 존재가 확인되는 문화,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맞춰야만 유지되는 관계.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존재의 가치'가 아닌 '성과의 가치'에 맞춰 살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쉬는 것조차 죄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민폐가 되면 내가 존재할 자격이 없는 것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잊혀질까 불안하다. 그렇게 조건부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2.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사회 속에서
현대 사회는 비교를 부추긴다. 누구는 벌써 집을 샀고, 누구는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고, 누구는 여행을 다니며 삶을 즐기고 있다. 타인의 속도를 보며 나의 현재를 자꾸만 깎아내리게 된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살고 있을까?” “나는 왜 저만큼 도달하지 못한 걸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면, 지금의 나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나의 하루는 충분히 바빴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모자란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비교의 기준은 대부분 남이 만든 것이다.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판단할수록 나는 점점 내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그 기준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할 수 있다.
3. 멈추는 순간 밀려드는 무력감과 자책감
한없이 달려오다 보면, 어느 순간 더는 달릴 힘이 남지 않게 된다. 그때 우리는 쉬고 싶어 지지만, 동시에 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일을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관계에서 잠시 거리를 두면 버림받을 것 같은 불안감이 마음을 휘감는다.
“이렇게 쉬어도 되나?” “나만 이렇게 멈춰도 되는 걸까?”라고 자문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쉬고 있는 나, 아무 성과 없는 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나를 끊임없이 비난하게 된다. 마치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무력감조차도 지나가는 감정일 뿐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고, 매 순간 똑같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무력한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고,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4.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욕구다
존재 자체로 괜찮다고 느끼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나쁜 감정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의미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싶다. 그 욕구가 나를 움직이게도 하고, 때로는 힘들게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욕구가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내적 확신. 그 확신이 약해지면 타인의 시선에 쉽게 흔들리고, 남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게 된다.
“지금 이대로의 나도 괜찮다.”는 말을 매일 거울을 보며 되뇌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그 말이 처음에는 공허하게 느껴질지라도, 자꾸 반복하면 어느 순간 마음에 스며든다. 그 말은 결국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5. 존재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실천들
존재만으로도 괜찮다는 믿음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매일매일 연습하고,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과정이다. 무리하지 않는 하루를 살아내는 것, 나 자신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결과가 없어도 나를 칭찬해 주는 것. 이런 작은 실천들이 쌓여 진짜 자존감이 된다.
다른 사람보다 늦더라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도, 나는 여전히 나로서 충분하다. 이 믿음은 마치 잔잔한 파도처럼 마음속에 천천히 퍼지며, 언젠가 스스로를 껴안을 수 있는 따뜻한 바다가 된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는 사실을.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앞서 가지 않아도, 그저 숨 쉬며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참 잘하고 있습니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여정입니다. 누구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답게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때론 쉬어도 되고, 멈춰도 되고, 울어도 괜찮습니다. 그런 당신의 모든 모습이,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합니다.
“그냥 있어도 괜찮아”라는 말은 결코 약한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무조건적인 수용, 깊은 이해, 그리고 진짜 사랑의 다른 표현입니다. 이제는 그 말을 타인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그 말을 믿게 되는 날이 온다면, 당신은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도,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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