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성장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날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 어느 순간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인식하게 될 줄 알았고,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누군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서게 되면 당연히 내 안의 감정도 따라 자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믿음이 착각이었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분명 어른처럼 행동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마음 한편이 이상하게 허전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허전함은 점점 명확한 형태를 드러냈고, 결국 깨닫게 되었다. 나는 아직 자라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충분히 어른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 자신에게는 여전히 감정이 멈춰 선 채 살아가는 내가 있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그 시절에 남겨진 내 감정은,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않았고 나는 지금도 종종 그 열일곱 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 그때의 나를 아직도 품고 있는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오히려 그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지워버리려 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던 걸까. 그렇게 나에게 ‘어른’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어딘가 낯설고, 버거운 이름처럼 느껴지곤 한다.
“멈춰 있던 마음과 다시 걸어가는 성장의 여정”
1. 성장이 멈춘 해: 상실과 적응이 감정을 멈춰 세운 시간
중학교를 갓 졸업할 무렵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너무 많은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새로운 사람이 우리 집에 들어왔다. 슬퍼할 틈도 없이 적응을 강요받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조용히 참고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법부터 먼저 배워야 했다. 감정은 항상 밀려 있었고, 내 감정보다도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자란 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껴야 했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스스로를 잘 관리하는 아이였지만, 그건 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멈춰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안의 시간은 그 해에 정지되었고, 삶은 계속 흘러가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 해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얼어붙은 감정은 내가 무언가를 느끼려 할 때마다, 내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 할 때마다 자꾸만 그 자리에 나를 붙들어 뒀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살아왔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는 미처 다하지 못한 이별과, 끝내 표현하지 못한 상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강하다고 말했지만, 그건 강함이 아니라 생존이었고, 나는 단지 그 순간순간을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왔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할 때마다, 내가 정말 그 시절을 지났던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2. 내가 맡은 ‘어른 역할’은 왜 이렇게 낯설기만 한 걸까
나이가 들고 사회적인 역할이 생기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외적인 조건만으로는 내 안의 어른됨이 채워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를 신뢰했고, 나는 맡은 바를 해내며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입고 있는 '어른'이라는 옷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말은 침착했고 행동은 책임감 있었지만, 내 안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를 불안감과 허무함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모든 일을 감정 없이 처리하는 기계처럼 행동했고, 하루하루를 기능적으로 살아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공허함이 점점 자라나고 있었다. 그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조금씩 틈을 벌리며 흘러나온 결과였고, 나는 그 틈을 막을 힘조차 없었다.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상태였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된 순간, 나는 그동안 나를 꾸며왔던 수많은 가면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되었다. 그러자 비로소 내가 왜 그토록 지쳐 있었는지, 왜 삶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어른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단 한 번도 제대로 겪지 못했기에, 지금껏 나는 그 역할을 연기해 왔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
3. 내 안의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어른이 되기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버리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외면해 왔던 내 안의 어린 나를 다시 찾아가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아이는 내 안에서 여전히 울고 있고, 때로는 화를 내며, 때로는 그저 조용히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이제 그 아이에게 다그치지 않는다. “왜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니?”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해준다. “괜찮아. 이제 너랑 함께 가줄게.” 나를 진짜 어른으로 만드는 건 완벽한 계획이나 성숙한 말투가 아니라, 내 안의 작고 여린 나를 인정하고 품을 수 있는 여유와 다정함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아이를 품는다는 건 때때로 너무 무겁고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세상은 여전히 나에게 책임을 요구하고, 주변은 내가 흔들리지 않길 바라지만, 나는 이제 외부의 시선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끝까지 강한 척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틸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는 걸. 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멈춰 있던 나도, 지금의 나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당신도 혹시 어른인데 어른이 되기 싫은 마음을 느낀 적이 있나요. 나처럼 아직 마음이 한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감정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접어두었던 시간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라는 속도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스무 살에 감정을 다 자라게 하고, 누군가는 쉰이 되어도 여전히 마음속에는 열일곱의 나를 데리고 살아갑니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그 방향을 찾는 것은 바로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내 안의 어린 나를 다시 불러내어, 그 아이와 함께 걷겠다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란다는 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사는 것이 아니라, 아파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끝까지 살아내고 싶은 이유를 하나씩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그러니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아직도 마음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느낀다면,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천천히 당신의 마음을 기다려주세요. 그 기다림이 바로 성장이고, 그 다정함이 바로 진짜 어른의 얼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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