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이 지탱하는 세계
삶의 겉모습은 종종 빛과 화려함으로 채워져 있지만, 진정한 생명의 힘은 언제나 땅 속,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화려한 꽃은 흙 속에서 자란 뿌리가 있어야만 피어날 수 있고, 높이 자라는 나무일수록 그 뿌리는 더 깊고 넓게 퍼져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그 빛나는 결과를 보며 그것이 전부라 착각하지만, 사실 모든 것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나의 삶도 그랬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시간, 말하지 않았던 고통, 흙과 같던 상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성취와 외형을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감추고, 견디고, 뿌리처럼 살아온 그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이야기입니다. 드러나지 않아도, 여전히 살아 있는 뿌리의 기록입니다.
나를 지탱한 내면의 뿌리
1. 무너지지 않기 위해 뿌리부터 다져야 했던 시간
삶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화려함은 오래가지 않고, 누구도 나를 완전히 이해해주지 않으며, 결국 나를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울고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학생이었던 그때, 엄마를 잃고 세상은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그리움도, 분노도, 외로움도 말할 수 없었기에 나는 침묵 속에 머물렀고, 그 침묵이 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감정이란 흙처럼 진창 같기도 하고, 때론 따뜻한 품 같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감정의 흙을 파고 또 파며 나만의 생존 방식을 만들어갔습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일상의 루틴을 만들고, 감정의 무게를 글로 옮기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나를 붙들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차디찬 겨울을 지나기 위한 뿌리 내림 같았습니다. 겉으로는 잊은 듯 살아도, 그 뿌리는 나를 꿋꿋이 지탱해 주었습니다. 나는 매일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다져졌습니다. 그렇게 나의 뿌리는 말없이 단단해졌습니다.
2. 상처로부터 자라난 현재의 나
모든 뿌리는 흙 속 어둠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흙은 언젠가의 눈물과 상처가 쌓여 만들어진 퇴적층입니다. 나의 뿌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린 시절 느꼈던 외로움, 어른이 되기 전에 맞이해야 했던 성숙,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받은 복잡한 감정들. 그것들은 그 자체로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성장의 거름이 되어주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상처를 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상처를 직면하고, 그 위에 나만의 언어로 이름 붙이며 하나하나 이해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강인함을 외면에서 찾지만, 나는 진짜 강함이란 자기 안의 아픔을 품고도 살아내는 사람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나를 지탱하는 건 무적이어서가 아니라, 수없이 부서지고 나서도 다시 조용히 이어 붙인 그 과정들이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저 누군가의 말 한마디, 한 줌의 햇살, 한 줄의 문장에 뿌리처럼 매달려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나의 뿌리는 이제 상처로부터 자란 나를 이해하고, 감싸고, 지켜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3. 드러나지 않아도 살아가는 힘
뿌리는 절대 보이지 않지만, 모든 생명을 지탱합니다. 이처럼,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언제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혼자 견디며 보낸 시간, 아무 말 없이 지나온 계절들, 그리고 무심한 듯 보였지만 마음을 다해 버틴 그 날들. 그 모든 순간은 나를 드러내지 않고도 살아있게 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드러냄’으로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만, 뿌리는 말합니다. 드러나지 않아도 된다고. 드러나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다고. 나의 내면은 점점 더 깊고 조용한 힘을 품고 자라났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내면을 정돈했고, 조용한 명상과 글쓰기를 통해 삶의 균형을 잡아갔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내 안의 침묵을 믿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조용한 힘이야말로 나를 살아있게 만든 본질이며,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진짜 나 자신입니다. 세상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다시 뿌리를 떠올립니다. 그 뿌리로부터 나는 살아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찬란함
우리는 모두 뿌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상처에서 비롯되었든, 사랑에서 자라났든, 혼자만의 결심이든, 결국 삶을 지탱하는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더 강력합니다. 뿌리 없는 나무는 존재할 수 없듯, 내면의 힘 없는 삶은 금세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외로움을 숨기지 않습니다. 말하지 못한 과거를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뿌리가 있었습니다. 연약함 속에 숨은 견고함, 조용함 속에 깃든 강인함,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의 찬란함. 나는 뿌리입니다. 드러나지 않아도, 살아가는 힘. 나를 지탱한 모든 것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다시 마음을 땅에 심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단단하게, 그렇게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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