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하이에나 드라마 줄거리·등장인물·결말: 이익을 쫓는 법정 사냥꾼의 세계

by 몽글몽글 시네마 2025. 6. 18.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손을 모은 채 의미심장하게 응시하는 여성 변호사, 드라마 '하이에나'의 인상적인 장면
출처:https://programs.sbs.co.kr/drama/hyena/main

서론: 정의가 아닌 승리를 말하는 드라마

정의는 항상 승리할까? 혹은, 승리하는 자가 정의일까? SBS 드라마 ‘하이에나’는 바로 이 질문을 전면에 내세운다. 법이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상보다는 현실을, 정의보다는 생존을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냉철한 법정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욕망과 권력, 생존을 향한 집념이 뿌리처럼 얽혀 있다.‘하이에나’는 김혜수가 연기한 정금자라는 인물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상류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변호사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바닥을 경험한 생존자. 그녀는 윤희재라는 엘리트와 충돌하며, 이 세계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법의 본질이 정의인지, 승리인지 묻는 이 드라마는 단순한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이에나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본능과 전략,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고독함까지 담고 있다. 법정 드라마지만 진부하지 않고, 로맨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중심을 흐리지 않는 이 작품은,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전형을 뒤엎은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이 날카로운 드라마를 천천히 해부해 보자.

본론: 승리를 위해, 법 위에서 사냥하는 두 사람

1. 등장인물 소개

  • 정금자(김혜수): 거리에서 생존을 배운 잡초 같은 변호사. 학벌도 배경도 없지만, 본능과 감각만으로 살아남아 상류층을 고객으로 삼는 하이에나. 처음에는 윤희재를 속이고 접근하지만, 점차 그와의 대립과 공존 속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길을 확립해 간다. 냉정하지만 따뜻함을 감추고 있고, 야망에 흔들리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
  • 윤희재(주지훈): 명문가 출신의 엘리트 변호사. 대형 로펌 송앤김의 간판스타이며, 철저한 원칙주의자. 처음에는 정금자의 방식에 혐오감을 느끼지만, 금자와의 여러 사건을 통해 자신도 ‘현실의 법’을 이해하게 되며 균열을 겪는다. 냉철함 뒤에 상처를 숨기고 있으며, 금자에 대한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다.
  • 송필중(이경영): 로펌 송앤김의 대표이사. 권력과 이익 앞에서 철저히 계산적인 인물. 윤희재를 신뢰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하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인물로서, 로펌 내부 권력 구조의 핵심 축이다.
  • 이지은(오경화): 정금자의 절친이자 든든한 오른팔. 금자의 전략적 판단과 정보 수집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인물로, 사건 조사와 교섭 과정에서 날카로운 감각을 발휘한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이성적이지만, 금자를 향한 신뢰와 우정이 깊으며 때로는 거친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로펌 내부에서도 금자와 함께 움직이는 핵심 실무 파트너로 활약한다.

2. 줄거리 요약

드라마는 정금자가 한 남성을 유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남성은 바로 송앤김 로펌의 에이스 윤희재. 금자는 가짜 신분으로 접근해 윤희재와 감정을 쌓지만, 그 목적은 희재가 맡은 사건에 접근해 기업 정보를 빼내기 위함이었다. 정체가 들통난 이후, 윤희재는 굴욕감을 느끼며 분노하지만, 동시에 금자의 능력에 묘한 끌림을 느낀다.

이후 두 사람은 같은 사건, 다른 의뢰인을 맡으며 법정에서 대립하게 된다. 금자는 야생의 본능으로, 희재는 법리와 원칙으로 맞서며 점점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들의 관계를 단순한 라이벌이나 연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때론 동료로, 때론 적으로 변화무쌍하게 엇갈리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점점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여러 대기업, 재벌가, 정치인의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며 진행되는 가운데, 윤희재는 자신이 속한 송앤김 로펌의 실체를 목격하게 된다. 그 안에는 정금자의 방식보다 훨씬 더 더럽고, 비열하며, 정의롭지 않은 현실이 있었다. 금자는 그러한 세계를 이미 알고 있었고, 살아남기 위해 그 법칙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선을 유지하려 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두 사람 모두 변호사로서의 윤리와 인간으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금자는 권력과 손을 잡는 대신 진실을 택하고, 희재 역시 자신이 쌓아온 엘리트의 껍데기를 벗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은 끝내 같은 편에 서게 되며, 법정 밖에서도 서로를 인정하는 파트너가 된다.

3. 감정 해석과 주제 분석

‘하이에나’는 법정물의 형식을 빌렸지만, 본질은 심리극이다. 정금자라는 캐릭터는 ‘강한 여성’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사회에서 살아남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이익을 쫓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본능에서 움직인다. 윤희재는 그런 금자를 도덕적으로 평가하던 인물이지만, 결국 자신도 그 틀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등장인물 누구도 완벽하게 정의롭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누구도 완전히 악하지 않다. 모든 인물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때로는 이기적으로, 때로는 인간적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금자는 도구처럼 사람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가장 절박한 사람을 위해선 기꺼이 스스로를 던질 줄도 안다.

또한 드라마는 ‘법’이라는 테마를 통해 윤리적 딜레마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정금자는 법을 우회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피해자를 구하는 선택을 한다. 희재는 법을 신봉하지만, 때로는 그 신념이 누군가에겐 가혹한 형벌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처럼 '하이에나'는 승리만을 위한 법이 아닌, 사람을 위한 법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여기에 로맨스는 그저 장식이 아니다. 금자와 희재의 관계는 욕망과 존중, 경쟁과 협력의 복합적 감정으로 얽혀 있다. 둘의 사랑은 완성되지 않지만, 그 긴장과 거리감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인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마주하게 되며, 그 만남 자체가 성장의 서사다.

결론: 이상보다 현실을 말하는 드라마, 하이에나

‘하이에나’는 정의롭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라기보다, 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한 법의 민낯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이 작품은 이상보다는 현실을 택한 사람들, 그러나 그 안에서 자신의 윤리적 선을 지키려는 이들의 이야기다. 정금자와 윤희재는 처음엔 서로를 혐오했지만, 점점 닮아간다. 서로를 통해 자신이 놓친 세계를 보고, 서로가 되지 않기 위해 싸우다가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세련되고 빠른 전개, 탄탄한 대본, 그리고 무엇보다 김혜수와 주지훈의 놀라운 연기 합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정금자는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었던, 통속적이지 않은 여성 주인공의 전형을 새롭게 썼다. 그녀는 피해자가 아니고, 보호받지도 않으며,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감당하는 인물이다.

‘하이에나’는 법을 소재로 삼았지만, 결국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인간 그 자체다. 누가 악하고 누가 선한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냉정하지만 뜨겁고, 계산적이지만 진심이 살아있는 드라마. 바로 그게 ‘하이에나’였다.

지금 당신이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도, 누군가는 법이라는 이름 아래 하이에나처럼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을 향한 이해와 경계,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싸움. ‘하이에나’는 그 싸움의 복잡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